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최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서 발견된 칠낭궤를 가리키고 있다. 비상도민회의 제공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에서 동굴과 숨골이 발견됐다. 숨골은 빗물이 표면에서 지하로 다량 흘러가는 통로를 뜻한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에 정밀 조사를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예정지에서 새로운 동굴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30일 제주 지역 11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비상도민회의)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4월11~15일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250여m 떨어진 임야에서 용암동굴이 발견됐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칠낭궤’라고 불러온 천연 동굴이다. 칠낭궤의 최고 높이는 5m이고 넓은 편이며, 동굴 어귀에서 좌우로 30~50m 정도 뻗어 있는 모양이다.
현장을 조사한 지질전문가 강순석 박사는 “동굴 안은 완벽한 용암동굴의 형태를 띠고 있어 주변의 수산굴 등 다른 용암동굴과 같이 동굴이 더 연결되거나 다중의 구조로 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공항 예정지 안에서는 숨골 75곳도 발견됐다. 숨골은 화산섬인 제주에서 지표의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가는 통로로,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지난해 7~8월 진행된 1차 조사 때 발견된 61개를 합하면 이곳의 숨골은 136개에 이른다.
비상도민회의는 “커다란 동굴 입구가 발견됐는데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어디에도 칠낭궤를 조사한 기록이 없다. 사실상 거짓·부실 평가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와 제주도에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비상도민회의는 또 “제주도지사는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이 지역의 동굴과 숨골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칠낭궤는 공항 예정지에서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공항 부지 안에 새로운 동굴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그러나 추가 현지조사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토부가 조사한 숨골과 비상도민회의 쪽이 제기한 숨골의 수에 차이가 있어 공항 부지 내 추가 숨골에 대해 비상도민회의 쪽 자료를 포함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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