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운동선수의 40%가 성폭력 피해를 입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제주도체육회와 도 장애인체육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제주도 운동선수 폭력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시설협의회가 최근 실시한 이번 조사는 도 체육회 등록선수 230명과 도 장애인체육회 등록선수 216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로 진행됐다. 제주지역 운동선수들에 대한 폭력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도 체육회 선수 39.9%, 도장애인체육회 2.6%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거나 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폭력 피해 유형을 보면, 도 체육회 선수들의 경우 성적인 비하나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행위(25.4%), 성별 또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모욕이나 괴롭힘 혹은 비유하는 별명 부르기(21.5%), 일방적인 메시지·문자·전화 등을 보내는 행위(15.4%), 훈련의 내용과 관련되지 않는 신체적 접촉 행위(13.2%)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운동선수 지도자 등이 특정한 신체 부위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거나 만지는 행위(5.3%),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부위를 고의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5.7%) 등도 있었다. 도 장애인체육회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 유형도 비슷했다.
선수들에 대한 체벌 등 신체적 폭력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체육회 선수들의 경우 69.7%가 신체적 폭력을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경기력 향상 또는 정신력 강화를 위한 체벌(64.5%)이 많았고, 손이나 물건 등으로 몸을 찌르는 행동(41.7%)이나 지도자의 분노 등을 이유로 행해지는 체벌(36.4%) 등도 있었다. 이밖에 언어적, 정서적 폭력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선수들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 경우 등 68.9%가 내부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제주지역 운동선수들이 일상화된 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며 △체계적인 폭력피해 실태조사 정례화 △폭력예방 교육 프로그램의 상시 교육체계 수립 △폭력 피해신고 및 상담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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