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공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예술재단 임용추천위원회(임추위)가 후보자 2명을 추천했지만, 제주도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적격자가 없다’고 통보하고 재공모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임추위 추천 후보자들을 임명권자인 도지사가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제주도와 문화예술재단 등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10일 이사장 공개 모집에 15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재단은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들에 대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지난 10일 최고 득점순으로 후보자 2명을 도에 추천했다. 재단 이사장의 임명권은 도지사가 갖고 있다.
그러나 도는 추천 당일 재단 쪽에 아무런 이유도 달지 않은 채 ‘이사장 후보 재추천’ 공문을 보냈다. 이사장 적격자가 없어 임추위 추천 후보자를 반려하고,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도가 재단 임추위 추천 후보자들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이 이사장을 재공모하면, 탈락한 후보들의 재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제주민예총과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잇따라 성명을 내어 “원희룡 지사가 자신의 핵심 측근이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 못하자 재추천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민자치연대는 “원 도정은 민선 6, 7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번 재공모 결정이 원 지사의 측근을 재단 이사장직에 앉히기 위한 꼼수였음이 드러나면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민예총도 “제주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측근 인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한다면 이는 제주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명백한 반문화적 폭거이다. 재단 이사장은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재단 쪽은 “이사장 공모에 재추천은 처음이어서 자문변호사 등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임추위에서 재공모와 관련한 일정 등 절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도는 “재단은 현안도 많고 내우외환의 일도 많았다. 후보자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강한 리더십과 제주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더 적합한 인재를 찾자는 취지에서 재공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