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흑염소 떼가 풀과 나무를 갉아먹어 맨살을 드러낸 비양봉(왼쪽)과 올해 식생이 복원된 비양봉(오른쪽) 모습.
지난 20여년 동안 흑염소 떼로 자연식생이 훼손된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의 식생이 살아나고 있다. 비양도는 1천년 전에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그동안 ‘천년의 섬’으로 불려왔다.
제주시는 염소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돼 문제가 됐던 비양도의 식생이 지난해 흑염소 떼를 잡아들인 뒤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비양도의 염소 문제는 지난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서 지역 소득사업으로 농가당 흑염소 1~2마리씩 사육하여 왔으나, 한 농가가 150여 마리를 비양봉 일대에 방목하면서 개체 수가 급증해 230여 마리로 불어났다. 이들 흑염소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바람에 대부분의 흑염소가 야생화됐다.
늘어난 염소들이 비양도에서 가장 높은 비양봉(해발 114m) 정상 부근의 풀은 물론 나무뿌리까지 갉아먹으면서 화산회토인 붉은 토양이 드러나는가 하면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군락이 형성된 비양나무도 훼손됐다. 또 비양도 탐방로 곳곳에 분변이 쌓여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시는 토양의 침식 방지를 위해 식생을 복구했지만 풀이 자라기 무섭게 먹어치우는 통에 식생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양도 산책로의 훼손된 모습(왼쪽, 2018년)과 복구된 모습(오른쪽, 2019년)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18년 비양도 흑염소 수매·도태를 위해 농가 협의를 거쳐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공무원과 군인, 소방인력 등 연인원 500여명을 동원해 야생 흑염소를 비양봉 분화구에 가둬놓는 포획작전을 벌여 모든 흑염소를 잡아들였다. 시는 이렇게 잡은 흑염소 203마리 모두 수매해 지금은 비양도에 흑염소가 없는 상태다.
시가 최근 비양봉의 식생을 조사한 결과 흑염소가 사라지자 비양봉에는 풀이 돋아나고 제주조릿대가 되살아나 우거지는 등 자연식생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종 제주시 축산담당은 “흑염소가 사라진지 1년 됐는데 벌써 자연식생이 많이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양도를 찾는 주민과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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