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주도가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해 대구 항공노선을 중단해달라는 건의를 해 비난을 받고 있다. 혐오와 차별은 물론 대책의 실효성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21일 오후 코로나19의 제주지역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제주 간 항공기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거나 운항을 최소화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22일 밝혔다.

도는 지난 21일 제주지역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원희룡 지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선제적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경북 시민들은 대구-제주 노선만 이용하느냐”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제주도청 내부에서도 나왔다. 한 직원은 ”대구 경북이 심각한 상황인 것은 알지만, 무턱대고 항공노선을 중단할 경우 뒷감당을 할 수 있겠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대구 경북지역에서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주민은 “대구 노선을 중단했다고 대구시민이나 경북 도민이 제주도에 올 수 없나. 국내 어느 공항을 이용하든지 간에 제주도에 올 일이 있으면 올 수 있는데 제주-항공노선 운항 중단을 건의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이런 정책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구에서 다른 지방으로 가는 케이티엑스를 중단했느냐. 제주도가 나서서 대구를 봉쇄하겠다는 발상이 순진하다. 일부 항공노선 중단이 대책이 될 수 있느냐”며 대책의 실효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상으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국내에서 항공편을 중단하면 가야 할 사람이 가지 않는 것이냐. 대구에서 중단하면 다른 공항에서 타겠지. 그럼 그 공항은 폐쇄하고 소독 방역해야 하는 건가”라고 비아냥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기분 나빠서 글 남겨요. 대구시민들 앞으로 제주도 안 갈 거예요”, “제주를 폐쇄하세요. 그게 빠를 겁니다. 전국이 힘든데 같이 힘 모을 생각을 하셔야지 답답하네요. 힘내자 대구! 힘내자 대한민국!” 같은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사태가 엄중해서 가능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했다. 다소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방역이 최우선이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논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