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 해안 근처에 있는 ‘제주4·3 안덕면 희생자 위령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수욕장 인근 황우치 해안에서 전신 유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해의 상태로 보아 제주4·3 당시 행방불명된 주민의 유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15일 오후 3시20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황우치해안에서 해안 정화활동을 하던 주민이 백골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인적 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모래사장인 황우치 해안의 모래가 침식작용 때문에 없어지면서 유해가 드러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성인 키 크기의 전신 뼈 일부와 오래된 옷가지 등이 발견됐지만, 부식이 상당히 진행됐고, 너무 오래된 유해로 보여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4·3 당시 인근 경찰지서 수용소에 수용됐던 주민들이 행방불명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4·3 희생자 유해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덕면 동광리 출신으로 4·3 당시 피신했다가 가족들과 함께 귀순한 주민(86)은 “화순지서에 감옥소(수용소)가 2개 있었다. 우리는 유리창이 있는 수용소에 갇혔는데, 우리와 같이 내려온 이웃 주민 몇 명은 깜깜한 수용소에 갇혔다. 나중에 서귀포 수용소로 갈 때 보니까, 그 수용소가 텅 비어 있었다. 어디 데려가서 죽여버렸는지 지금까지도 그 사람들 시체를 찾지 못했다. 내려오면 살려주겠다고 해서 같이 내려왔는데 왜 그 사람들만 없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덕면 화순해수욕장과 사계리 용머리 사이에 있는 황우치 해안 인근에는 ‘제주4·3 안덕면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6·25전쟁 때 서귀포시 대정읍 육군 제1훈련소에서 훈련받은 국군을 상륙용 주정(엘에스티)으로 실어나른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정밀 조사에서 신원 확인이 어렵고 오래된 유래로 밝혀지면 인류학적 감정까지 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