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피의자 고아무개(37)씨가 “절대 (의붓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는 10일 오후 2시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고씨는 재판부의 “아들을 살해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공소장 내용을 보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가 있는가 할 정도로 억지다”라며 “정말 그런 적(의붓아들 살해) 없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고씨는 재판부가 현 남편이 자식 살해범으로 고소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심경을 묻자 “제가 (범인이) 아니다. 당일 현 남편과 저만 있어서 현 남편이 아니라면 저라는데 저는 절대 아니다”라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의붓아들 사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재판부는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고씨에게 묻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고씨는 답변 도중 울먹이기도 했지만 재판부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 등 성실한 태도로 임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고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고씨 쪽의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을 거부해 결심공판이 미뤄졌다. 고씨 쪽 변호인은 “검찰과 피고인 쪽 주장이 대립하는 부분은 수면제를 먹였는지 아닌지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증거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고 공판에서 진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고씨는 그동안 공판 진행 과정에서 전남편 살해 혐의는 인정했지만 계획적 범죄가 아니라 성폭행을 피하려다 일어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두 사건 모두 계획적 살인임이 명백하다. 반성과 사죄는 하지 않고 거짓 변명과 회피로만 일관한 피고인에게는 관행도 선처도 없어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수면제 성분이 섞인 음식을 전 남편에게 먹여 숨지게 한 뒤 주검을 손괴·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2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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