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시의 한 면세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내걸린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던 주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3일 낮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제주시 연동은 회색빛 하늘에 더해 움츠러든 듯했다. 지난주만 해도 마스크를 낀 채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이동하거나 가족끼리 다니던 중국인 여행객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25일 제주여행을 왔다가 중국으로 돌아간 중국인(52)이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명을 받자 제주 관광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는 제주도와 협의를 통해 4일 0시부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사증 입국 일시 중지’에 들어갔다.
아침 일찍부터 200여m 이상 길게 줄을 선 채 개점을 기다리던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이날 오전 ‘임시휴업 안내문’이 나붙은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면세점 쪽은 “오는 5일까지 일시 휴점에 들어갔지만,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면세점을 찾은 20대 중국인 남성 2명은 휴업안내문을 읽고는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면세점 주변 편의점과 카페 등도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면세점 뒤의 한 약국 앞에서는 중국인 4~5명이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3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재 제주와 중국을 잇는 18개 항공 노선 가운데 15개 노선이 중단됐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난징 노선만 부분적으로 줄여 운항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9만5천여명으로 지난해보다 42%나 증가했고, 내국인 관광객도 5.2%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기 전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급감하기 시작해 1일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3%, 2일에는 66.9%나 급감했다. 지난달 21일 이후 중국 직항편의 탑승률은 종전 86.3%에서 44.3%로 크게 떨어졌다.
내국인 관광객도 1일 2만52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가 줄어든 데 이어 2일에는 41%, 3일에는 45%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호텔 등의 예약 취소율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면 제주도 관광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가 3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도 관계자는 “내일부터 무사증 입국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에 제주지역 관광업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관계 기관과 업계 회의를 통해 현장 피해 상황을 점검해 각종 지원기금 등 예산 지원 방안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여행을 다녀간 뒤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52)은 제주도내 약국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제주도는 해당 약국 약사와 면담 결과라며 “가지고 있던 약을 보여주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도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중국인은 지난달 25일에는 숙소에서 시내버스로 공항으로 간 뒤 귀국했으며, 전날인 24일에는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의 옷가게에서 옷을 사고 근처 편의점에서 기념품과 먹거리를 산 것으로 밝혀졌다. 도는 이 중국인이 접촉한 9명을 자가격리했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폐회로텔레비전을 확인한 결과 이 중국인은 제주도에 체류할 때까지는 증상이 없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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