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제주의 봄은 신명 난 굿 놀이로 시작된다. 다가오는 설이 지나면 제주시 제주목관아 등 원도심 일대에서는 한판 민속놀이가 진행된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이 주관하는 탐라굿 입춘굿놀이는 탐라국시대부터 탐라국 왕이 직접 농사를 짓고, 심방(무당) 등이 한해 농사의 풍요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굿판을 벌였던 일종의 민·관 합동 기원놀이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축제다.
올해로 스물두 번째 맞는 축제는 ‘우리가 봄이 되는 날’을 주제로 오는 27일부터 2월4일까지 계속된다. 27~31일에는 입춘 맞이 행사로 제주시 중앙로 중앙지하상가에서 입춘 걸개그림 그리기, 기메 입춘등 만들기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작품은 입춘굿 놀이 기간 관덕정 마당과 제주목관아 등에 내걸린다. 다음달 1일에는 관덕정 마당에서 한해의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낭쉐코사(나무로 만든 소를 놓고 고사를 지내는 행위), 춘등 걸기 등을 한다.
2월2일 진행되는 거리굿은 제주시 지역 23개 민속보존회가 나서 마을거리굿, 입춘거리굿, 광장거리굿 등을 진행하며, 3일 열리는 열림굿은 옛 제주성 안을 도는 성안순력, 입춘극장, 제주도립뭉용단 등이 출연하는 창작굿 한마당 순으로 진행된다.
입춘인 축제 마지막 날 열리는 입춘굿은 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하며, 세경놀이, 낭쉐몰이, 입춘탈굿놀이 등을 선보인다. 축제 기간 내내 소원지 쓰기와 춘등, 전통 탈, 소원화분, 솟대 만들기 등의 참여행사가 마련된다. 또 평소 출입이 금지되는 제주목관아 건물 가운데 연희각, 홍화각, 영주협당, 우련당 등은 실내에 들어갈 수 있고, 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탐라국 입춘굿 놀이는 일제 강점기 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9년 재현돼 해마다 열리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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