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돈이 없어 공부 못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지난 8일 제주시 오현고 청음홀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젊은 시절 세상을 떠난 이 학교 출신 외아들 고 이창준(1972년 졸업)씨를 기리고 아들의 후배들이 희망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윤영옥(91)씨가 자신의 전 재산인 3억원을 장학금으로 학교에 기탁했다. 윤씨는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뒤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에 의지하며 억척스럽게 살았다.
세상의 전부였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입사했지만 병으로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윤씨는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며 돈을 모았다. 윤씨는 지난 2010년 오현고에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2억원을 전달했다. 학교 쪽은 윤씨의 뜻을 기려 2011년 ‘이창준장학회’를 설립하고, 윤씨가 기부한 2억원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학교 쪽은 또 같은 해 고 이씨를 기리기 위한 흉상을 제작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모두 34명에 장학금은 2480여만원이다.
이번 3억원까지 윤씨가 학교에 기탁한 장학금은 모두 5억원이다. 윤씨는 “아들을 위해 죽기 전에 평생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아들 후배들이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드님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교육과 아들 후배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숭고한 뜻을 기려 장학금은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훌륭한 학생들을 양성하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