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허인철 부회장이 오리온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리온 제공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를 출시한 지 한달여 만에 국내 시장 판매 기로에 놓이게 됐다. 제주도가 오리온 쪽이 ‘국내 판매 불가’ 약속을 어기고 국내 시장에 내놓았다며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물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6일 제주도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초 제주 용암수 생산과 시판에 들어간 오리온은 아직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물량만 시판하는 상태이다.
이에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3일 기자실을 방문해 “정식 계약서 체결을 하지 않고는 물 공급은 불가하다. 계약서 체결 이전에 국내외 판매에 대한 정확한 물량을 기재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제주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선 사업계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원 지사는 “오리온 쪽과 두 차례 면담을 가졌다.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의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고, 러시아와 동남아 등지로 판매를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혀 제주도 역시 동의했다. 오리온이 공장 설비에 투자한 뒤 국내 판매가 어려우면 중국 시장 판매도 어렵다고 하소연했지만, 안된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오리온이 주장하는 국내 시장 판매가 이뤄져야 수출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국내 판매용으로 최소한의 용암해수 공급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서에 국내외 판매와 관련한 정확한 물량을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쪽은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으면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이 어렵고, 원 지사와 면담 때에도 국내 시판 계획을 분명히 밝혔다는 입장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3일 제주 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원 지사를 두 차례 면담했다. 두 번째 면담에서 제주 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리온은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 산업단지에 1200억원을 투자해, 지난달 3일 제주 용암수 공장을 준공했다. 오리온은 하루 1천t의 용암해수를 공급받아, 300~350t의 제주 용암수를 생산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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