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시 한림항에서 대형고래의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내 연구진들이 부검을 진행했다.
제주에서 길이 10m 이상 되는 대형고래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대를 비롯한 국내 여러 대학과 세계자연기금 등 고래 관련 전문가 등 30여명은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고래 부검에 들어갔다. 이 고래는 지난달 22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40㎞ 바다에서 죽은 채 떠 있는 것을 전남 여수 선적 외끌이 저인망어선(78t)이 발견한 것이다. 이 참고래는 생후 1년 정도밖에 안 된 새끼 고래지만 길이 13m에 무게는 12t에 이르는 대형고래다. 이 고래는 발견 당시 폐사한 지 20여일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됐다. 다 자라면 길이 25~27m, 무게 100여t에 이른다. 흰긴수염고래(대왕고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고래는 애초 밍크고래로 추정됐지만 유전자 감식 결과 참고래로 확인됐다. 참고래는 2007년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제정되며 보호종으로 지정돼 가공이나 유통이 금지된 종이다.
이번 부검은 참고래의 폐사 원인을 규명하고, 대형고래 연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대학 연구진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연구진은 이날 부검한 참고래를 통해 질병과 해양 쓰레기, 먹이, 잔류 유기오염물질, 미세플라스틱 감염 여부 등 분야별로 나눠 분석하게 된다. 외국에서 발견된 폐사 참고래는 질병으로 죽거나 배에 부딪히거나 그물에 걸려 죽은 사례가 있다. 부검 결과 위에서는 기생충이 일부 발견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뱃속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영란 세계자연기금 해양보전팀장은 “위 부검 결과 먹이활동을 하는 나이로 추정되지만 폐사한 지 오래돼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위가 비어있긴 하지만 지방층이 얇지 않아 굶어서 폐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배에 부딪히거나 그물에 걸린 흔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길이 110㎝ 정도 되는 낚싯줄이 소화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장을 막을 만큼 폐사를 일으킨 원인으로는 보이지 않고, 해양 쓰레기 등도 직접적인 사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검사 결과는 한 달 정도 뒤에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길이 13m·무게 12t에 이르는 대형고래인 참고래의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국내 처음으로 3일 제주시 한림항에서 진행됐다.
돌고래 전문가인 김병엽 제주대 교수(해양과학)는 “제주도에서도 1년에 한 차례 정도 고래 부검을 하지만 제주도 연안에 대형고래가 발견된 것도 처음이고,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됐다. 대형고래의 질병 등에 대한 국내 연구는 전무한 상태여서 이번 부검 결과는 기초자료를 축적하는 데 의미가 있다. 대형고래 연구가 국내 처음으로 진행되는 만큼 학술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참고래가 겨울철에는 적도 근처에서 번식하고, 여름철에는 극지방에서 플랑크톤을 먹는 등 먹이활동을 하는 점을 감안해, 이 고래가 어미와 함께 5~6마리 무리 지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하다가 무리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이날 부검한 참고래의 뼈를 박제로 만들어 전시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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