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주지역 농민들에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농민수당 지원 조례’ 제정운동이 일고 있다.

제주도내 54개 시민·사회·농업인 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농민수당 조례 제정운동본부는 제주도에 ‘제주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청구인 명부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청구인 명부는 지난 9월10일 주민발의 대표 청구인 접수를 하고 10월7일 본격적인 주민발의 청구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70여일 만이다. 운동본부는 읍·면별로 조례 제정운동을 벌여 모두 7500여명의 주민이 청구인 서명에 참여했다.

운동본부가 마련한 조례안은 제주도 예산으로 농민들에게 매달 10만원씩의 금액을 균등하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지급액은 지역 화폐로 정해 제주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농민수당은 신청연도 직전 3년 이상 제주도에 주소를 두고 사는 농민 가운데 실제 농업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과 신청 직전 연도의 농업 외 종합소득금액이 3700만원 이상인 농가의 농민을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제주도 본예산 가운데 농업·농촌 예산 비중은 지난 2012년 9.9%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 2015년엔 8.4%로 낮아졌고, 2017년에는 7.5%로 더욱 떨어졌다.

운동본부는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농업수입이 농업외 수입보다 많은 1종 겸업농가(1만2천여명)와 전업농가(2만5천여명) 종사원 3만7천여명(추정치)에게 매달 10만원씩의 농업수당을 지급하면 농업 예산 증가율이 0.8%, 20만원씩 지급하면 1.68% 증가하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운동본부는 제주도 본예산 대비 1~2%만 추가 확보하면 농민수당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청구인 명부 제출에 따라 내년 2월 초까지 공표와 명부 열람, 조례규칙심사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넘길지 결정하게 된다.

강수길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올해 3차례의 태풍과 장마, 가뭄으로 정말로 농사짓기 힘든 한 해였다. 또 올해 초에는 모든 겨울채소값이 폭락했었는데 이제는 감귤값이 폭락하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민이 제안하고 농민이 만드는 농민을 위한 첫 농업정책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