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편찬 때마다 논란거리였던 제주4·3사건이 내년부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학습요소로 반영됐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도교육청이 용역을 통해 마련한 ‘4·3 집필기준’이 최종적으로 반영됐다고 17일 밝혔다.
도 교육청이 확보한 8종(금성출판사·동아출판·미래엔·비상교육·씨마스·지학사·천재교육·해냄에듀)의 한국사 교과서에는 제주4·3이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학습요소로 반영됐다. 학습요소는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핵심요소다.
그동안 한국사 교과서는 대부분 제주4·3을 한국전쟁 전사로 기술해 4·3사건이 정부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돼 교과서 편찬 때마다 왜곡과 폄훼 등의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도 교육청은 이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17년 9월부터 ‘검인정 역사교과서 4·3 집필기준 개발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 결과 △8·15 광복 이후 자주적 민족통일국가 수립 과정에서 제주4·3의 역사적 위상 설정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4·3의 배경과 전개과정, 의의를 객관적으로 서술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 과정에서 성취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 고양 등을 집필기준안으로 설정했다.
도 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학습요소에 새로운 집필기준안을 반영해주도록 요청해왔다. 지난달 27일 최종 검정을 끝낸 내년도 한국사 교과서는 내년 새 학년부터 사용된다.
이석문 교육감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에 제주4·3이 바르게 담긴 교과서가 나오게 돼 뜻깊다. 4·3이 더 자세하고 진실에 맞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청소년 세대가 올바른 교과서를 통해 4·3의 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전환의 시기가 왔다”며 환영성명을 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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