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지난 1일부터 시판에 들어간 ‘제주용암수’와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조하는 ’제주삼다수’.
오리온이 지난 1일 제주의 염지하수를 이용한 ‘제주 용암수’를 출시한 가운데 제주도와 오리온 간에 물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오리온에 제품의 국내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깼다며, 국내 시판을 계속하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도가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 판매에 반발하는 것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사실상 독점 판매하는 먹는 물인 ‘제주삼다수’의 판매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도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리온은 자체 관정개발 취하에 따른 신규 사업계약서를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라 새로 제출해야 하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현재 오리온 쪽에 염지하수가 공급되는 것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 판매용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이 아니다. 염지하수의 국내 판매를 지속하면 공급은 불가능하다”며 ‘공급 중단’ 뜻을 내비쳤다. 애초 오리온은 염지하수 관정개발을 계획했다가 지난 2017년 4월 개발·이용허가 신청을 취하하고, 제주도가 개발한 염지하수를 받아 쓰기로 한 바 있다.
도는 이날 지난해 10월 19일 오리온에 세부사업계획서 제출을 요청하면서 보낸 “국내 시장에서 유통·판매할 제품 생산용 용암해수(염지하수)의 공급은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도 공개했다. 도 관계자는 “국내 판매를 않겠다는 것은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서로 묵시적으로 동의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3일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희룡 지사를 두 차례 면담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내 판매를 제한해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오리온이 해외판매를 주목적으로 추진한다고 했고, 원 지사는 국내 판매 불가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했으며 오리온 쪽이 수긍했다”고 주장했다. 오리온 쪽은 “제주도의 발표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다. 제주도와 협의해 잘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염지하수는 바닷물이 화산섬 제주도의 현무암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들어 쌓인 물이다. 염지하수는 마그네슘과 칼슘, 칼륨 등 유용 미네랄과 바나듐, 셀레늄, 게르마늄 등 희귀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2016년 11월 제주도내 기업을 인수해 1200억원을 투자해 제주용암수 공장을 건설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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