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내린 뒤 만장굴 내부로 쏟아지는 빗물
집중호우가 내릴 때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인 만장굴과 용천동굴 내부에 물이 차오르는 원인이 규명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만장굴과 용천동굴 내 빗물 유입 현상을 조사한 결과 제주도 지하의 독특한 빗물 흐름 특성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연간 70만~80만명이 찾는 세계자연유산 만장굴이 최근 태풍 ‘타파’와 ‘미탁’이 휩쓴 직후 물이 차올라 관람이 불가능해지자 직접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동굴 지상부에 쏟아진 빗물이 지하의 용암층 사이에 분포하는 불투수성의 점토질 고토양층에 모이고, 그 위를 따라 하천처럼 흘러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만장굴 입구에는 30~40㎝ 정도 물이 차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빗물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천장 낙하수와 동굴 벽면의 틈으로 흘러드는 벽면 유출수로 밝혀졌다. 이들 빗물은 집중호우가 내린 뒤 이틀 이내에 그 양이 크게 줄어들었고, 동굴 바닥에 고였던 물도 하루 이내에 수위가 낮아져 보행이 가능하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유산본부는 동굴의 특정 구간에서 한쪽 벽면에서만 대량으로 흘러들거나 뿜어져나오는 벽면 유출수에 주목했다. 만장굴은 동굴 입구에서 용암석주 방향으로 180~220m 구간 2곳과 480~770m 구간 12곳에서 동굴 왼쪽 벽면에서 다량의 빗물 유출이 관찰됐다. 용천동굴은 입구에서 용천호수 방향으로 610m 지점 1곳과 1030~1070m 구간 4곳에서 벽면 오른쪽에서 빗물이 관찰됐다.
고길림 세계유산본부장은 “벽면 유출수 발생 구간을 조사한 결과 만장굴과 용천동굴 모두 벽면에 화산활동 이전에 있던 붉은 색의 고통양층이 관찰됐고, 외부에서 스며든 다량의 빗물이 고토양층 윗면을 따라 흘러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화산지질학적 가치와 함께 제주도 지하로 흘러드는 빗물의 흐름 특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수문지질학적 가치도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