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수형 생활을 했던 수형 생존자 8명이 22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제주4·3 당시 형식적인 사법 절차 등을 거쳐 수형 생활을 한 이른바 ‘4·3 수형 생존자’ 18명이 70여년 만에 재심 청구를 통해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번에도 수형 생존자 8명이 재심 청구에 나섰다. 또 4·3 당시 수형 생활을 하다 행방불명된 유가족들도 재심 청구에 나서는 등 4·3 관련 재심 청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제주4·3도민연대는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묘생(91)씨 등 4·3 수형 생존자 8명의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냈다.
이들은 제주4·3 시기인 1948년 초토화 시기 토벌대를 피해 피신 생활을 하다 당국의 귀순 요구에 귀순하거나 영문도 모른 채 군·경에 붙잡힌 뒤 고문 등을 받고 내란죄나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다른 지방 형무소에서 수형 생활을 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자신들의 형량을 알게 됐다. 이번 재심을 청구한 이들 가운데 김두황(91·서귀포시 성산읍)씨는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으로 수형 생활을 했다.
앞서 제주4·3유족회 행방불명인 유족협의회는 지난 6월3일 4·3 때 수형 생활을 하다 죽거나 행방불명된 수형인 10명에 대해 직계 가족들이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냈다. 지난 8일에는 재심 소송을 하루빨리 진행하라며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행방불명인 유족협의회는 “4개월이 지나도록 재판은 시작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400여명에 대한 재심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4·3 때인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민간인을 대상으로 군사재판을 했다. 국가기록원에 소장한 ‘수형인 명부’에는 제주4·3 당시 수형 생활을 한 도민은 2530명에 이른다. 이들은 전국 각지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직후 상당수가 집단학살됐다. 대부분은 행방불명 되는 등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행방불명 수형인’이 됐다.
4·3유족들과 연구자들은 “수형인들에 대한 집단 소송이 계속 제기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군사재판의 무효화 등이 포함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17일에는 재심을 청구한 수형 생존자 18명이 법원에서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이들은 모두 합쳐 53억4천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