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제주도가 도민 공론조사를 요구한 제주도의회의 제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도는 최근 도의회에 ‘제주 제2공항 관련 공론화 등을 요구하는 청원’ 처리결과에 따른 답변서를 통해 “제주도의 요구사항을 정부의 기본계획에 반영시켜야 할 현 단계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공론조사 불수용’ 입장을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도는 “제주도민의 30년 숙원사업인 공항 인프라 확충은 역대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후보들과 정당들의 한결같은 공약사업이었고, 제2공항 건설은 수십 차례의 설명회와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친 공론화의 결실이다”고 밝혔다. 도는 또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앞둔 시점에서 공론조사 요구는 도민사회의 오랜 공론화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며, 30년을 기다려온 제주도민에게 찬반 의견을 다시 물어 결정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도는 “기본계획 고시 직전까지 주민 열람 및 의견 수렴 절차 등을 진행해 도민사회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에 전달하겠다. 제2공항 개발과 연계해 제주지역의 발전과 도민 이익, 상생발전 방안이 기본계획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제주도가 공론조사 불수용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의회 주도로 공론화 과정을 추진할 전망이다. 도의회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민간 차원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예산 확보와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특별위원회 구성은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된다.
도의회는 또 8일 제주에서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국토부 장관 면담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이달 안으로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할 방침으로 알려져 도의회의 공론화 추진이 실현되지 관심이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달 24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시민단체 등이 1만2천여명의 서명을 받고 청원한 ‘제2공항 도민 공론화 등을 요구하는 청원’을 재석 의원 40명 가운데 찬성 25명, 반대 13명, 기권 2명으로 채택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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