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나무숲 파괴 논란을 빚은 제주 비자림로의 확장·포장공사가 올해 안에 재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민모임은 공사 백지화를 요구했다.
제주도는 오는 10월부터 비자림로 주변 식생조사와 관련한 조사반을 구성해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제주도의 환경저감대책에 대해 제주지역을 관할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보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7월25일 비자림로 공사와 관련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이행 조치 명령’을 제주도에 내린 바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추가 보완 요청을 통해 △천미천 주변 삼림과 확장·포장 공사 3구간(거슨세미오름~칡오름) 지역의 동·식물상(법정 보호종 포함) 추가 △주요 조류, 포유류, 양서류 등의 분포현황과 번식지, 이동 경로 등 생태특성 추가 검토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을 제주도에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도는 동·식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밀조사반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는 이번 추가 조사에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지난 5월 중단된 비자림로 공사는 올해 안에 재개하기 어렵게 됐다.
삼나무숲 파괴 논란으로 관심을 모은 비자림로 확장·포장공사는 사업비 242억원을 들여 대천교차로~금백조로 들머리까지 2.94㎞ 구간을 도로 너비 22m로 확장하는 공사로, 오는 2021년 6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28일 공사가 착공된 뒤 삼나무숲 파괴 논란이 일면서 전국의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항의를 받은 끝에 같은 해 8월 초 공사를 일시 중단했고, 11월에는 ‘아름다운 비자림로 조성’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도는 지난 3월 공사를 재개했으나 멸종위기 동·식물이 잇따라 발견되자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이행 조치 명령’을 내려 지난 5월30일 공사를 다시 중단해 법정 보호종 등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월의 생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주도에 조사 기간을 정하지 않고 동·식물상 조사를 요청했다. 공사를 전면 백지화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비자림로의 공사 진척도는 10% 안팎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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