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추진한 ‘도민 공론화’ 청원을 받아들여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단체와 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요구해온 ‘도민 공론조사’가 현실화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24일 오후 제37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송창권·이상봉·정민구 의원 등이 소개한 ‘제주 제2공항 도민 공론화 등을 요구하는 청원의 건’을 재석 의원 40명 가운데 찬성 25표로 가결했다. 반대는 13표, 기권 2표였다. 청원에 반대한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는 제2공항 건설 후보지인 성산읍 선거구 도의원인 고용호 의원을 제외한 주변 지역 선거구 의원들과 김창식 교육의원을 뺀 4명의 교육의원 등이다.
앞서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23일 오후 제주도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가 1만2천여명의 서명을 받고 제출한 청원서를 상정해 격론 끝에 통과시켰다. 환경도시위원회는 이날 도지사가 공론화를 추진하도록 하거나, 도의회가 직접 공론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24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도의회가 이날 ‘도민 공론화’ 청원의 건을 통과시켰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도의회는 우선 제주도가 공론조사에 나서도록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론조사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도의회에서도 “현재는 제주도의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해 기본계획을 고시하는 단계이다. 지금에 와서 그동안 여론 수렴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공론조사로 할 수 없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또 도의회가 자체적으로 도민 공론조사를 하더라도 결과를 제주도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태석 의장은 이날 폐회사에서 “의회는 행정시장 직선제, 제2공항 건설 문제 등 정치적으로 예민하지만 도민의 뜻을 직시해야 할 모든 의제에 대해 정책협의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며 원 지사에게 공론화 수용을 촉구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도의회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통해 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공론화 요구를 수용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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