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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제주

‘1100일의 기록’…제주 해녀를 말하다

등록 2019-09-18 14:35수정 2019-09-18 19:39

제주영상동인, 3년여 동안 서귀포 해녀들 촬영
20일부터 해녀박물관 전시·회원 참여 사진집도
물질을 나가는 제주 남원리 해녀들.
물질을 나가는 제주 남원리 해녀들.
제주 해녀들의 일상을 1100일 동안 기록한 사진집이 나왔다. 제주지역의 순수사진동호회인 제주영상동인(회장 고순환)이 18일 펴낸 ‘1100일의 기록, 남원리 해녀’에는 제주 해녀들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다. 회원 19명이 참여한 사진집에는 370여점의 작품이 담겼다.

제주영상동인은 20~27일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에서 50점의 작품을 전시하는 간이전시회를 연다. 이어 오는 11월9~14일에는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본전시회를 열어 남원리 해녀들이 직접 해설사로 참여하고, 촬영과정을 영상을 통해 소개하는 한편 물질 도구 등도 전시할 계획이다.

단체로 물질하는 제주 남원리 해녀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단체로 물질하는 제주 남원리 해녀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제주의 해안마을에서 나고 자란 여성들은 대부분 10살 안팎이면 헤엄을 배우고 13~15살 정도가 되면 물질을 시작한다. 10대 후반부터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해안과 강원도, 일본으로 출가물질을 갔다. 제주4·3으로 잿더미가 된 제주의 해안마을들은 해녀들의 물질로 마을을 일으켜 세우고 자녀들을 공부시켰다.

겨울철 눈보라가 휘날리는 가운데 물질을 하러 나가는 남원리 해녀.
겨울철 눈보라가 휘날리는 가운데 물질을 하러 나가는 남원리 해녀.
자영업자와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제주영상동인 회원들이 참여한 이 사진집에는 남원리 해녀들의 일상이 곳곳에 녹아있다. 회원들은 해녀들이 물질하는 날이면 새벽 4~5시에 일어나 남원으로 달려가 이들이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카메라에 담았다. 제주영상동인은 “남원리 해녀들의 삶에서 강인함보다 인간미와 연민의 정을 더 느꼈다”고 말했다.

비를 맞으면 물질에서 돌아오는 남원리 해녀.
비를 맞으면 물질에서 돌아오는 남원리 해녀.
헤진 곳을 얼기설기 꿰맨 낡은 고무 슬리퍼에서 제주 해녀들의 절약을, 추운 바다에서 물질하다 잠깐 몸을 녹이기 위해 불턱에 모여 앉아 담소하는 모습에서 끈끈한 해녀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고단한 물질을 멈추고 잠시 눈을 붙이거나 해산물을 채취한 뒤의 웃는 해녀의 모습, 물에 들기 전 간단하게 몸을 푸는 집단 체조의 모습은 정겹다. 테왁과 망사리를 짊어지고 일렬로 바다밭을 향해 일렬로 걸어가거나 노을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해녀들의 모습은 장관이다. 눈보라 속에 물질하고, 비바람 속에 물질하는 모습에서는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물질하는 남원리 해녀
물질하는 남원리 해녀
사진집에는 80대 중반 해녀의 생애사도 담았다. 제주영상동인이 인터뷰한 현충능(85)씨는 바다에서 물질하다 사람이 죽어서 배 위로 올리지 못하자 물속에서 시신의 엉덩이에 자신의 머리를 받쳐 배 위로 올린 일이 있을 정도로 바다에서는 무서운 게 없었다고 했다. 현씨는 “아기를 낳고 이튿날 물에 들어 날이 저물 때까지 미역을 채취하는 바람에 집에서는 산모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었던 때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무사 안녕을 비는 잠수굿을 하는 심방(무당)과 남원리 해녀들.
무사 안녕을 비는 잠수굿을 하는 심방(무당)과 남원리 해녀들.

제주영상동인 이창훈 지도위원은 “제주 해녀의 기록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시대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남원리 해녀에 대한 기록을 기획했다. 내년에도 해녀들에 대한 기록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제주영상동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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