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협 회원 양동규 작가의 작품 ‘영산의 수난’ 양동규 제공
한라에서 남북의 통일을 꿈꾸는 이들이 모였다.
탐라미술인협회(탐미협·회장 양미경)가 18~29일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에서 여는 주제전 ‘할로영산’은 제주에서 남북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까지 기행한 경험을 작품으로 녹였다. 할로영산은 제주도의 굿 본풀이에서 한라산을 일컫는 말로, ‘하로영산’이라고도 부른다. 작가들은 할로영산은 제주도가 한라산이며 한라산이 화산섬 제주도라고 말한다.
작가들의 역사의식은 조선시대 표류와 왜국의 제주 침입에서 시작해 17세기 다른 지방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한 ’출륙금지령’으로 고립의 섬으로 변했던 제주를 쫓아갔다. 또 1948년 5월10일 남북분단을 고착화한 단독선거를 거부하고 한라산으로 피신했던 제주도민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했다.
이번 작품은 작가들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라산을 주제로 회화와 판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출품 작가로는 4·3과 민중미술 1세대의 대표인 강요배 화백과 4·3과 강정 해군기지 등을 기록해온 고길천 화백, 제주에 정착한 이명복 화백 등 탐미협 회원 29명과 초대작가로 생태미술가 강술생과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가 변금윤 등 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5월 할로영산으로 들어가는 문을 의미하는 제주시 오라동 방선문을, 6월에는 한라산 백록담에 올랐다. 이어 7월에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를 둘러봤다.
탐미협은 “이번 주제전은 한라산의 신성과 아름다움은 물론 한라산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가슴에 품었던 제주민 중의 염원을 작가들의 언어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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