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 매립을 위해 쌓아놓은 재활용 협잡물.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지역의 인구 증가와 관광객의 급증으로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도내 쓰레기매립장 곳곳이 계획된 매립용량을 넘어 포화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계속해서 매립이 이뤄지고 소각 처리해야 할 가연성 쓰레기까지 뒤섞인 채 반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인구는 2008년 56만5천여명에서 2011년 58만3천여명, 지난해 69만2천여명으로 22.5% 늘었다. 이 기간 관광객은 2008년 588만여명에서 2011년 874만여명에 이어 지난해 1431만여명으로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2016년에는 1585만여명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지역의 건축물 철거 및 신축도 많이 늘어났다. 2008~2012년과 2013~2017년을 비교하면 철거 건수는 412건에서 4509건으로 무려 11배나 증가했고, 신축 건수도 1만5703건에서 3만6485건으로 2.5배나 늘었다.
이처럼 인구와 관광객의 급증은 대규모의 개발을 불러왔고, 제주도 내 전체 쓰레기 발생량은 2011년 하루 평균 627.4t에서 지난해 1143.3t으로 8년 사이에 갑절 가까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7월8일부터 한달 간 제주도 내 모든 쓰레기 매립장(부속섬 제외)을 조사한 결과, 2008~2009년 5개의 저가항공사가 취항한 이후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에 따른 도심지 및 관광시설 개발,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 등이 이뤄지면서 생활 쓰레기가 급증하고, 가연성 쓰레기와 유기성 폐기물이 매립장에 매립되면서 매립 종료를 앞당기게 됐다고 5일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4일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제주도내 쓰레기매립장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제주시의 봉개· 동부 ·서부 매립장은 모두 포화한 상태로 잔여 매립공간이 없지만 모두 계획된 매립량을 넘어서는 매립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개 매립장은 음식물 찌꺼기(슬러지)는 소각해야 하지만 소각장 포화로 매립하고 있고, 재활용 잔재물과 협잡물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 반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체 매립하고 있다. 동부·서부 매립장도 올해 3월 사용 기한이 끝날 예정이었으나 운영을 계속하고 있고, 서부의 경우 침출수와 해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서귀포시 매립장들은 여러 종류의 폐기물이 섞여 반입돼 매립되는 등 제주시에 견줘 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매립장인 색달의 경우 재활용 잔재물과 협잡물을 포함해 대형 폐기물, 영농 폐기물 등 가연성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고, 하수준설토, 음식물 찌꺼기, 폐 감귤류 등 유기성 폐기물도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은 가연성과 유기성 폐기물의 비중이 높으면 메탄가스에 의한 화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관내 매립장의 잔여 매립량은 색달 4%, 남원 8%, 표선 7%, 성산 3% 등으로 사실상 2020년 상반기에는 모두 포화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쓰레기 처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구와 관광객 수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요관리정책이 필요하고, 관광지 특성상 지나치게 배출되는 1회용품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생활 쓰레기 저감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재활용시설의 현대화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