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재심을 통해 사실상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는 4·3 수형생존자들.
제주4·3 당시 고문 등을 받고 억울하게 수형 생활을 했다가 재심을 통해 70여년 만에 사실상 무죄를 확정받은 4·3 생존수형인 18명이 국가로부터 모두 53억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21일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수형 생활을 했다가 재심에서 사실상 무죄가 확정된 4·3생존수형인 18명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국가가 최저 8천만원에서 최대 14억7천만원씩 모두 53억4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제주4·3생존수형인 등 18명은 지난 2월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재심 사건 공소 기각 결정에 따라 형사보상청구서를 냈다. 형사보상청구는 형사보상법에 따라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자가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을 때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보상의 한도)에는 “구금에 대한 보상금의 한도는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로 한다”고 돼 있다.
법원은 올해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이 6만6800원으로, 1일 보상금 하한은 6만6800원, 상한은 33만4천원(6만6800원×5)인데 구금 기간에 모두 33만4천원을 적용해 정했다.
이번에 형사보상금을 받게 된 생존수형인들은 제주4·3 때인 1948년 가을부터 이듬해 7월 사이 구금돼 군사재판에서 주로 내란죄나 간첩죄 등의 혐의를 받아 다른 지방 형무소에서 수형 생활을 한 이들이다. 생존수형인들은 당시 10~20대의 나이에 고문 등을 받거나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수형생활을 했다. 이들은 지난 1월17일 71년 만에 열린 역사적인 4·3 수형인 재심 재판에서 사실상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번 형사보상 결정으로 생존희생자나 유족들의 형사보상 청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999년 9월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 4·3특위 부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정부기록보존소(현 국가기록원)에서 발굴해 공개한 수형인 명부에는 모두 2530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으나,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옥사하거나, 한국전쟁 시기 총살되는 등 행방불명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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