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 토요미츠가 기록한 1971년 전군노 투쟁. 포지션 민 제주 제공
“아임 낫 야마톤츄, 아임 우치난츄.”(나는 일본인이 아니다. 나는 오키나와인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말한다.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닌, 일본의 ‘내부 식민지’로 불리는 오키나와의 현대사를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의 작품 전시회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 옆 ‘포지션 민 제주’에서 1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오키나와의 대표적 사진작가이자 반전 반일작가이기도 한 히가 토요미츠(68) 초대전 ‘아임 낫 야마톤츄, 아임 우치난츄’에서는 오키나와인들의 투쟁 기록을 엿볼 수 있다. 50여년 가까이 사진을 찍어온 히가의 작품 가운데 이번 초대전에는 오키나와 현대사의 전환점이 된 ‘코자사건’과 ‘전군노-오키나와 투쟁’에 관련된 사진을 내걸었다.
코자사건은 1970년 12월20일 오키나와 공군기지인 가데나 기지에 인접한 코자시(지금의 오키나와시)의 중심가에서 미군 병사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발생한 사건이다. 1945년 미군 점령과 함께 시작된 미군정의 통치 기간 내내 지속해서 이뤄진 미군들의 사건·사고를 무죄 처리하는데 대한 불만과 분노가 이 교통사고를 계기로 폭발해 오키나와인 수천 명이 모여 80여대의 미군 차량을 전복시키고 불태웠다. 당시 카메라를 메고 현장에서 생생한 기록을 남긴 히가는 “오래 묵은 불평등한 지배에 대한 시민의 격한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사진작가 히가 토요미츠. 포지션 민 제주 제공
‘전군노 투쟁’은 1971년 미군의 오키나와 노동자 대량해고에 맞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전군노는 ‘머리를 자르려면 기지를 없애라’며 파업을 전개했다. 전군노는 ‘전오키나와군노동조합’의 약칭이다. 히가는 1971년 2~4월 미군 마키미나토보급기지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조직인 ‘마키청’(牧靑)과 생활하면서 미군과 대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베의 폭주로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깊어지고 달라지는 지금, 히가의 사진들은 일본 속의 또다른 속살을 보여준다. 오키나와 종전일인 6월23일이 되면 제주의 4·3추념식처럼 오키나와 위령의 날 행사가 치러지고, 아베 총리가 매년 이곳을 찾아 추념사를 한다. 그때마다 유족들과 주민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돌아가라! 아베!”
포지션 민 제주 쪽은 “히가 작가의 고향인 오키나와 본섬의 요미탄촌 소베는 1945년 4월1일 미군이 처음으로 상륙했던 곳으로, 비극의 오키나와전이 시작된 곳이다. 오키나와인들의 눈물의 역사에 제주4·3의 섬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히가의 사진들은 오키나와인들의 투쟁의 현장이며 삶의 모습이다. 히가는 전후 세대이지만 전전 시대에서 전후 세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한 작가이다”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