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탑동 앞바다에 초대형 크루즈(유람선) 부두와 어항을 개발하는 제주 신항만 건설이 추진된다. 그러나 탑동 매립 면적의 8배에 가까운 바다를 매립할 계획이어서, 첨예한 논란이 이는 제2공항 건설 추진에 따른 갈등에 이어 또다시 개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제주도는 해양수산부가 내년부터 오는 2040년까지 사업비 2조8천억원을 들여 대규모 제주신항만을 건설하는 계획을 고시했다고 1일 밝혔다. 사업은 2단계로 나눠 오는 2030년까지 1단계, 2031~2040년 2단계로 추진된다. 1조8600억원에 이르는 국비는 1단계 사업 때 모두 투자되고, 나머지는 민자유치를 통해 진행된다.
제주신항만은 제주시 삼도동·건입동·용담동 일대 앞바다에 항만 터 45만8천㎡와 배후 터 82만3천㎡ 등 모두 128만1천㎡의 터를 매립해 대형 항만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항만에는 5천t급 5개, 1만t급 3개, 2만t급 1개 등 선석 9개의 국내 여객 부두와 10만t급 1개, 15만t급 2개, 22만t급 1개 등 선석 4개의 국제 크루즈 부두를 건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방파제 2.82㎞와 호안 2.09㎞ 등 외곽시설이 갖춰지며, 배후 터에는 쇼핑시설 등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도는 제주시 원도심을 살리고, 크루즈 산업 활성화와 제주항 선석의 포화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신항 건설을 추진해왔다. 도는 “현재 제주항은 11개 부두에 25개 선석이 있지만, 포화상태이고, 20만t급 이상 초대형 크루즈는 입항하지 못하고 있다. 선석 부족으로 여객선이 화물부두를 이용하고 있고, 길이 180m의 대형 카페리 2척은 1개 선석을 번갈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도 해양수산국장은 “초대형 크루즈와 여객부두 일원화를 통해 연간 4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수용하는 해양관광 허브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문을 연 서귀포시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내 크루즈항에는 15만t급 2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또 제주항 국제부두에는 외항에 8만t의 크루즈가 접안할 수 있고, 임시 시설 확충 등을 통해 15만t급까지 접안할 수 있다. 한·중 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전인 지난 2016년 제주항 국제부두를 통해 제주를 거쳐 간 크루즈선은 507회에 관광객 120만명이었다. 올해 강정마을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내 크루즈항은 애초 133회 계획됐으나, 이날까지 2차례 기항한 것이 전부다.
대규모 매립 계획을 놓고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미 지난 2015년 8월 제주도가 신항만 개발 구상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사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이미 매립된 탑동 앞바다를 또다시 대규모로 매립하면 환경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