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위험 지역 정비공사를 하면서 오름 원형이 훼손돼 논란을 빚는 제주시 한경면 당산봉 공사 현장 모습.
지질학적 가치가 높고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경사면에서 제주시가 붕괴위험 지역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산봉의 모습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경사면을 ‘고산 3급 경사지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해, 지난 3월부터 경사면 4157㎡에 대해 다음달 말까지 정비공사를 하고 있다. 앞서 시는 이 일대가 낙석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4년 10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1만4500㎡를 붕괴위험 지역 디(D) 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정비공사가 이뤄지는 당산봉은 제주올레 12코스에 인접해 있고, 맞은편에 차귀도가 보이는 자구내 포구와 맞닿아 있다.
제주시가 한경면 당산봉 붕괴위험 지역 정비공사를 하면서 오름 훼손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시가 정비공사를 하면서 절대보전지역인 당산봉을 파헤친 양이 지나치게 많고, 보호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2일 논평을 내고 “90도 가까운 경사면을 정비공사를 명분으로 50도 정도로 깎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해 절대보전지역인 당산봉 공사구역을 훼손했다. 1만4천㎥의 흙을 걷어내는 바람에 원래의 지형과 경관이 상실되는 등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당산봉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비사업지역에 고산 선사시대 유적지가 분포하고,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도 정비사업으로 당산봉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사업 실시설계보고서를 보면 당산봉 주변에 안전펜스와 안전망을 활용한 방안을 제시하고 주민들도 펜스 설치 등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는데도, 시가 전문가와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하지 않은 채 편의적이고 관행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당산봉 경사지의 붕괴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제기된 우려 수준과 다르게 훼손된 면적이 넓지 않다. 절대보전지역에서도 자연재해위험 정비나 재해복구를 위해서는 정비사업을 예외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돼 있어, 관련 부서와의 협의와 검토를 한 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전펜스나 안전망 설치만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한 곳은 정비공사가 이뤄지는 경사면과 다른 암석 구역”이라고 해명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