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 조사결과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정부와 제주도의 사과 및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국가기관들의 조직적인 지원 아래 공권력을 앞세워 반대 주민과 단체들을 제압하며 추진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정부와 제주도의 사과와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4일 도의회에서 정례회에서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등 촉구 결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 결의안은 지난달 29일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건 심사 결과’에서 드러난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이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담겨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지난 10여 년간 제주 사회만이 아닌 국가 차원의 대규모 갈등 사태 중 하나였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해군 쪽은 기지 추진 과정에서 스스로 밝혔던 원칙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지금도 강정 주민들의 상처는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또 “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도민 사회 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07년 있었던 제주해군기지 추진 여부에 대한 강정마을 총회 투표함 탈취사건에 해군 관계자 등이 직접 개입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추진했어야 했는데도 해군 등이 나서서 일부 주민들에게 투표함 탈취를 종용한 것은 있을 없는 일이었다. 또 제주도와 해군, 국정원 및 경찰의 대책회의가 존재했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정부와 제주도는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고, 해군, 경찰, 제주도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함께, 해군을 포함한 정부 쪽의 잘못된 행정행위 등에 대해 국무총리실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해 실체적인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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