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등으로 분포 면적과 개체수가 줄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가 병해에도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한라산 구상나무 병해조사 용역 결과 구상나무 자생지에서 가지마름병과 줄기마름병 등 11종의 병해가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조사 결과 해발 1000m 영실 부근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에서 처음으로 ‘잎녹병’이 발견됐다. 잎녹병은 잎이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지는 현상으로 수년이 지나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서울대학교 식물병원과 함께 조사연구를 했으며, 올해엔 조사 지역을 확대하고 전염성 여부와 위협 수준 분석 등 구상나무 생존에 영향을 주는 병해를 조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은 주로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과 가뭄, 태풍 등으로 분석됐으나, 병해에 의한 고사도 구상나무 세력의 쇠퇴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구상나무는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 나무다.
한라산 구상나무 분포 면적은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2006년 796.8㏊에서 2021년 606.6㏊로 15년 동안 190.2㏊가 감소했다. 이번 병해조사는 영실 부근 73㏊ 일대에서 진행됐다. 구상나무 개체수도 2017년 30만7천여그루에서 2021년 29만4천여그루로 4년 만에 1만3천여그루가 줄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잎녹병은 구상나무 자생지의 환경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며 전염성 여부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를 통해 구상나무 보전 대책을 세밀하게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