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월27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오영훈 제주지사가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한라산신제 집전 거부를 신사참배 거부에 비유하자 “제주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오 지사는 7일 제주도청에서 연 출입 기자단과 대화의 자리에서 원 지사의 지난 4일 한라산신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제주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다. 특히 칠머리당영등굿이나 해녀문화 등 제주가 가진 독특한 문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존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라산신제를 신사참배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제주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 4일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서 제주지사 재임 당시 한라산신제 집전을 거부했던 일을 언급하며 신사참배 거부에 빗댔다.
원 장관은 이날 신앙간증에서 “2014년에 제주도지사로 갔는데 가자마자 큰 시련이 닥쳐왔다. 제주도의회 조례로 한라산신제를 도지사가 제관이 돼 도포를 입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한라산신제’를 언급했다.
원 장관은 “장로들에게 여쭤봤다. 신앙이 아니고 문화라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안 그래도 제주도가 미신과 우상이 많은 곳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회에서 밀어줘서 도지사가 됐는데 어떡하느냐’고 (반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원 장관은 “누군가 ‘일제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신사참배가 국가의 행사이지 신앙과 관계없다’라고 말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주기철 목사께서 순교했다”며 “이것 때문에 제주도민들이 도지사 그만하라고 하면 도지사 그만할 각오를 했다. 신앙인인 나는 천막에서 대신 예의를 지키면서 구경하고 있었고, 부지사가 (집전을) 했는데 이것을 좀 고약한 언론에서 저를 비난하려고 대문짝만하게 신문 1면에 사진으로 냈다. ‘고집불통 도지사’라고 이렇게 제주도에서는 비난을 받았는데 전국의 목사들이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제주지사 재임 당시 종교적 이유로 한라산신제 초헌관 역할을 맡지 않아 부지사가 대신했다.
제주민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한라산신제는 1418년(태종 18년)부터 1841년(헌종 7년)까지 봉행기록이 남아있으나 훨씬 이전부터 한라산 백록담에서 산신제를 지내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제 시기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산신제는 아라동 주민자치위원회가 2009년부터 재현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도가 조례를 개정하고 해마다 산천단에서 봉행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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