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제주4·3 특별전시회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다음 달 10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한민국의 역사, 제주4·3’을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몽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0일 오전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는 몽골 쪽에서 오돈투야 국회 부의장 겸 국가회복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정치적 박해 희생자 유족 등이 참가했다. 한국 쪽에서는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몽골인들이 4·3의 발발부터 피해 상황과 정부의 사과, 명예회복에 이르기까지 4·3의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한국어와 몽골어, 영어로 소개하고 있다. 또 전시관 입구에는 4·3을 소개한 ‘한눈에 보는 4·3’(몽골어판)과 4·3의 상징인 동백 배지를 진열해 일반인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오돈투야 위원장은 “지난 4월 제주4·3추념식에 참석해 큰 감명을 받았다. 몽골은 제주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나라이다”라며 “제주4·3은 몽골의 아픈 역사와 비슷하다.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이 몽골에도 알려져 몽골의 과거사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희범 4·3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국가폭력을 함께 기억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전시회를 위해 애써준 몽골 국가회복관리위원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몽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제주4·3 특별전시회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전시관은 국립중앙박물관 1층 주요 장소에 마련돼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치게 돼 있다. 이날 전시회에는 몽골 민주당 수뇌부를 포함해 전 국방부 장관이자 6선 의원인 이익볼트, 이글텔레비전 전 사장 자르카트마하 등도 찾았다. 몽골 대숙청 시기 희생된 전 울란바토르 시장 반쯔락흐의 딸 체첵마 국립종합대 교수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제주에도 이런 아픈 역사가 있는지 몰랐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이 역동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울란바토르 중심지인 수후바타르 광장 주변에 있는 박물관은 1924년 건축된 몽골 최초의 박물관이다. 몽골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전시회가 개막된 이 날도 몽골인들만이 아니라 4·3 전시관을 둘러보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4월 몽골 국가회복관리위원회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몽골 근현대사 비극: 국가폭력의 희생과 회복의 이야기’를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 데 대한 교류전 형식을 띠었다.
앞서 제주4·3평화재단과 몽골 국가회복위원회는 지난 4월3일 제주에서 몽골의 정치적 탄압의 역사를 규명하고 희생자 및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등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