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유족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의 4·3 왜곡 발언과 관련해 지난 6월 법적 대응을 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올해 들어 정치인과 정당·단체들의 4·3 역사 왜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이를 사전에 막고 법적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 4·3 문제 해결과 교훈 계승 등 기념사업을 담당하는 제주4·3평화재단이 중심이 돼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31일 오후 도의회 회의실에서 ‘제주4·3 역사 왜곡 대응 법률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조례안을 공개했다. 조례안 초안은 ‘제주도 4·3 역사 왜곡 대응 법률 지원 조례안’이라는 이름으로 제주4·3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 결과와 다른 허위 사실 등을 유포하는 역사 왜곡 행위에 대응하고 이를 막기 위해 법률 지원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조례안은 또 ‘4·3 역사 왜곡 행위’를 제주4·3특별법 제13조(희생자 및 유족의 권익보호)와 관련된 역사 왜곡 발언 및 선동 행위, 이를 펼침막과 온라인 사이트 등에 게재하는 등의 행위로 규정하고, 소송 비용 지원 및 법률 자문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도지사가 법적 대응 지원을 위해 변호사들로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법률 지원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4·3 단체들은 제주4·3평화재단이 4·3 관련 진상조사와 교훈 계승사업, 기념사업 등 각종 사업들을 담당하고 있고, 역사 왜곡이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행정기관이 나서기보다는 재단이 중심이 돼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4월3일 자칭 서북청년단의 후예라는 이들이 75주년 4·3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았다가 유족과 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허호준 기자
4·3 단체 관계자는 “올해 사례에서 보듯이 4·3 역사 왜곡은 주로 정치권과 일부 정당·단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제주도가 정치권 등을 상대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제주도가 예산을 지원하고 4·3평화재단이 중심이 돼 모니터링과 대응에 나서는게 맞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재단의 설립은 그런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재단이 중심 역할을 하고 유족회와 관련 단체들이 함께 지원하는 형식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조직 개편 등의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권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장은 “법조계 및 관련 단체, 제주도 등의 의견을 듣고 역사 왜곡 행위를 막아낼 수 있는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4·3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헐뜯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제주4·3사건은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4·3 추념식 기간을 맞아 일부 정당이 4·3을 왜곡하고 헐뜯는 펼침막을 도내 곳곳에 내걸고, 서북청년단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이 추념식장을 찾았다가 유족 및 관련 단체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