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큰굿보존회 회장 서순실 심방. 허호준 기자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굿판이 열린다.
사단법인 국가무형문화재 제주 큰굿 보존회는 오는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귀포시 강정평화센터에서 ‘제주 큰굿-성주풀이’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하는 ‘2023년 전승자 주관 전승활동 지원사업’의 하나로 열린다. 성주풀이는 성주신에게 집안의 무사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 굿으로, 집이나 건물을 짓고 난 뒤 적당한 날을 골라 심방(무당)에게 의뢰해 행한다.
강정마을의 주민들은 2007년 이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치열한 반대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오랜 시간 고통을 겪어왔다.
이번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성주풀이는 △초감제(10시~12시) △추물공연(12시~오후 1시) △강태공서목시 놀이(오후 1시~2시30분) △덕담, 담불소리, 서우젯소리(오후 2시30분~3시) △문전본풀이(오후 3시~3시30분) △푸다시, 도진(오후 3시30분~4시) 등의 순서로 치러진다. 강정포구에서는 요왕과 해녀, 어부, 바다에서 사고로 돌아간 영혼을 위로하는 ‘요왕지드림’을 진행한다.
제주큰굿보존회의 성주풀이는 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강정평화상단, 강정지킴이들이 함께 한다.
제주큰굿보존회 쪽은 “강정해군기지, 제2공항, 비자림로, 월정리 하수처리장 문제 등 제주섬 곳곳에서 개발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던 곳으로, 강정평화센터에서 열리는 성주풀이 굿을 통해 복된 기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고 상처를 보듬을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주 큰굿은 2001년 8월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21년 12월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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