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과 제주도교육청 등 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제주시 신제주교차로 일대 전경. 제주도 제공
주민투표를 통해 제주도에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관련 법안 2건을 지난 24일 가결한 데 따른 것이다.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하는 절차를 거쳐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부활시킬 수 있게 된다. 이 법안들은 제주 서귀포가 지역구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오영훈 도지사가 21대 국회의원이던 지난해 3월 각각 대표 발의했다.
앞서 제주도는 고도의 자치권 보장을 통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이루고 행정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한편,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 이에 따라 4개 시·군(제주시, 서귀포시, 북·남제주군)의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고,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로 바뀌었다. 임기 2년의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한다. 하지만 이렇게 바뀐 뒤 도지사 권한이 비대해지고, 행정 업무에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제주도 역시 행정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민원들이 도에 집중돼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해왔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은 10년 넘게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장해왔고, 도지사 후보들도 이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으나,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오영훈 지사 취임 이후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해 지난 2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연구’ 용역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 심사의 의결 과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법 개정이 무난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 쪽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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