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9일 제주도가 낸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 보류했다. 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가 제출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심사 보류돼 민생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도는 22일 도의회의 추경예산안 심사보류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예산편성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지만 지역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위해 도의회, 읍면동 등과 보다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도의회와 논의해 원칙과 기준을 정립하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선진적인 시스템을 확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고 도가 제출한 2023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을 심사해 보류했다. 양경호 예결위원장은 “민생경제 예산이 부족한 점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세밀한 심사를 위해 심사 보류했다”라고 밝혔다. 도의회가 본회의에서 본예산이나 추경예산안을 부결한 사례는 있으나, 예결위 차원에서 심사를 보류해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도는 서민경제 내수 살리기, 주력산업 지원 등을 위해 올해 본예산(7조639억원)보다 4128억원(5.8%)이 증액된 7조4767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냈지만, 도의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430억여원이 삭감됐다. 주요 삭감 내용을 보면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비(161억원), 제주대학교 버스 회차지 조성 토지 매입비(89억원), 아동 건강체험 활동비 지원(53억원) 등이다.
그러나 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이고, 도의회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예산안에 대한 심사 보류 상황이 온 것은 소통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와 도의회의 갈등은 추경예산안에 대한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부터 예상됐다. 도의회가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 등을 삭감하자, 도는 다음날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난개발 논란이 일던 송악산 일대 중국 자본의 사유지를 매입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추경예산안 보류로 이번 주 안에 소진될 전망인 매출액 10억원 이하 소상공인 지역화폐 가맹점의 ‘탐나는전’ 현장 즉시 할인(5~10%) 시책사업이 23일부터 잠정 중단된다. 또 지난 4월 지원 대학이 선정돼 다음달 1일부터 도내 3개 대학에 지원할 예정이던 ‘천원의 아침밥’ 사업, 취약계층 청년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근로사업 등이 늦어지게 됐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오전 간부들과 만나 “의회 결정을 존중한다. 의회와 소통을 더 강화하고 민생 경제 등 도민 생활과 연계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도는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조속한 심사 일정을 도의회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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