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한 중학교 중간고사 시험에 기출문제가 상당수 그대로 출제된 것이 드러나 제주도교육청이 감사에 나섰다. 학교 쪽은 문제가 된 과목에 대한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10일 제주도교육청과 이 학교의 말을 들어보면, 제주시내 한 중학교에서 지난 3일 실시한 1학기 중간고사 2, 3학년 수학 교과 시험에 기출문제가 다시 출제됐다. 2학년은 26문제 가운데 7문제, 3학년은 26문제 가운데 13문제가 시판 문제집이나 다른 학교 시험 등에 나왔던 문제로 확인됐다. 교육청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에 따르면, 참고서에 실린 문제나 이미 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해서는 안 된다.
기출문제 재출제는 학생이 먼저 찾아내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3학년 학생이 기출문제를 검색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런 사실을 확인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2학년 학생도 기출문제가 재출제된 것을 확인해 학교 쪽에 알렸다.
이에 학교 쪽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기출문제가 재출제된 문항에 대해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오는 15일과 16일에 2·3학년을 대상으로 재시험이 실시된다.
제주시내 한 중학교가 중간고사 재시험과 관련해 학교 누리집에 가정통신 공고문을 냈다. 중학교 누리집 갈무리
학교 쪽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회의 결과 평가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교과목 시험 문제 가운데 기출문제에 대한 재시험을 결정했다. 추후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성적 관리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죄송하다. 재발방지를 위한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재시험을 마무리한 뒤 기출문제를 재출제한 교사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이날 오전 이 문제를 보고받자 곧바로 감사를 지시했다. 특히 제주지역에서는 고등학교 진학 때 중학교 내신만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번 일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도 교육청은 우선 이 학교 수학 과목에 대해 감사하며, 상황에 따라 다른 과목으로 감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학 교사 출신인 김 교육감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고, 문제가 확인되면 해당 교사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