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산간 일대에서 카메라에 잡힌 꽃사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한라산에 야생화된 사슴류가 서식해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서 사슴 무리가 확인돼 서식 실태 조사와 생태 연구를 통해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지난해 제주 지역 산간에 서식하는 사슴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 발견된 사슴류는 21마리다. 이 가운데 5마리는 일본 야쿠시마꽃사슴이고, 4마리는 대만꽃사슴이다. 12마리는 붉은사슴으로, 중국 쓰촨성 서부와 티베트 남동부 일대에 서식하는 종으로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 사슴들은 해발 200m 이상 한라산 기슭에 주로 서식하며, 겨울철에는 중산간 목장지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여름철에는 고지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슴들은 2021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원에 의해 서귀포시 산간지역에서 무리 지어 돌아다니며 삼나무 이파리를 먹거나 웅덩이에 고인 물을 마시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현재 관찰되는 꽃사슴류는 한라산의 상징인 ‘백록’의 의미를 되살리려는 독지가가 1992~1993년 풀어놓은 사슴 13마리가 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붉은사슴은 녹용과 고기용으로 1990년대 농가에서 사육하던 것들이 탈출해 야생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슴들이 이렇게 번식하게 된 데는 천적이 없는데다 겨울철 기온이 비교적 온화한 제주 지역 특성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사슴들이 노루 서식지를 잠식하고 자생식물을 먹어치우는 등 한라산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영만 세계유산본부장은 “사슴류 분포지역 확대에 따라 생태 교란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슴류의 생태, 행동특성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서식 실태 등 종합 조사를 통해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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