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인 제주 조천읍 검은오름의 삼나무 식생 정비 후의 식물 다양성(위) 모습과 삼나무 식생지역의 모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세계자연유산 제주 검은오름 일대에 수십 년 전 인위적으로 심은 일본산 삼나무 일부를 베어내자 고유의 식생으로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5년 (2018~2022년) 동안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일대 일부 삼나무를 제거한 식생 정비지역의 종 다양성 등을 인근 천연림 지역과 비교한 결과 생태 구조가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삼나무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미간벌지의 식생은 삼나무 가지로 뒤덮여 유입되는 햇빛이 감소해 하층 식생 발달이 낮았다.
조사 결과 종 풍부성은 천연림의 경우 8.30, 간벌지는 7.89로, 삼나무 식생 정비지역이 천연림 지역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간벌지(삼나무 식생구역)는 3.84로 나타났다.
종 다양도는 천연림 3.42, 간벌지 3.64, 미간벌지 3.21로 오히려 삼나무 식생 정비구역이 높았다. 특정식물의 출현도 천연림 25종 96그루, 간벌지 25종 94그루가 자라는 것으로 확인된 반면, 미간벌지는 14종 48그루에 그쳤다.
김종갑 한라산연구부 박사는 “거문오름 일대 삼나무는 1972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식재된 인공 조림이다. 당시 거문오름 외곽부를 빙 둘러 식재했다”며 “삼나무의 특성상 가지가 많아 다른 수종이 자라지 못한다”고 말했다.
거문오름에 조림된 삼나무는 1㏊에 3170여 그루로, 전체 12㏊에 걸쳐 식재돼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07년 생태적 가치가 높은 거문오름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면서 제주 고유의 식생을 복원하고, 생물 종 다양성 확대를 위해 인위적으로 심은 삼나무를 제거하도록 한 바 있다. 세계자연유산본부 자문단도 분화구 내 인공림을 100% 제거하고 외곽의 인공림은 70% 간벌하도록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거문오름이 삼나무 정비를 통해 제주 고유의 식생으로 회복되고 있다. 오는 2024년부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전체를 대상으로 삼나무 정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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