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30일 관계자들과 함께 서귀포시 성산읍 월동무 재배지를 찾아 피해를 입은 월동무를 들어올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지난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강아무개씨의 월동무 밭은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푸른 잎들이 움츠러들어 있었다. 월동무를 뽑아 잘라보니 하얀색 속이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월동무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언 피해’가 나타나 속이 검은 색으로 변한다.
제주지역의 잇단 한파와 폭설로 월동채소 등 농작물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6일부터 한파와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산물과 농업시설물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결과, 176건 96㏊에 대한 농작물 피해신고가 접수됐다고 31일 밝혔다. 작물별로는 월동무 157건 85㏊, 양배추 11건 8㏊, 당근 5건 2㏊, 브로콜리 3건 1㏊ 등이다.
제주지역에는 지난 23~25일과 27~28일 한파 및 폭설이 이어졌고, 무와 양배추,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가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월동무는 제주도가 전국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물이다. 월동무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수확한다. 2022년산 제주지역 월동무 예상 생산량 37만8천t 가운데 현재 24%인 9만t 정도만 출하된 상태여서 월동무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동채소의 언 피해는 보통 10~15일 정도 지나야 맨눈으로 확인이 가능해 2월 초순이 돼야 정확한 월동채소의 피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월동무는 기온이 0도 이하로, 양배추는 영하 6도 이하로 내려가면 피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오는 내달 4일까지 정한 피해신고 접수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은 “한파와 폭설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 제주도와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농가 피해 접수 기간을 늘리고, 제주도 차원에서 피해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는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제주도와 행정시 등 관련 부서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벌여 재해 복구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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