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학 교과서’라 불리는 수월봉 아래 바람에 깎여나간 화산 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의 해안절벽이 30여년간 최대 10여m 남짓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문화재청이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문화·자연유산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제주 수월봉 남쪽 화산쇄설층 해안절벽은 침식과 붕괴 등의 영향으로 36년 동안 최소 3m에서 최대 13m 육지 쪽으로 밀려났다. 이 절벽은 수중에서 분출한 화산쇄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로, 200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구에 참여한 정승호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파도 작용에 따라 해안사면 붕괴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월봉 일대의 낙석과 붕괴는 연구원 등의 모니터링에서도 꾸준히 관찰돼왔다. 주로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 지진 등의 영향이 컸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엔 서귀포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9m 규모의 절벽면 붕괴가 수월봉 일대에서 발생했다.
수월봉 화산쇄설층 해안절벽 붕괴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보고서엔 제주 내 다른 지역의 붕괴 상황도 담겼다. 서귀포시 인덕면 사계리 용머리 화산쇄설층도 그중 한곳이다. 매년 겨울철에 1m 이하 크기의 낙석이 관찰되고 있으며 태풍이 잦고 파도가 높은 여름철엔 낙석과 바위가 깨져 나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람 발자국과 동물 발자국으로 유명한 대정읍 상모리 화석산지도 해안가에 위치한 터라 풍화와 침식에 따른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
정 연구사는 “수월봉은 해안절벽 상부의 소로와 배수로, 해안도로 등 인위적인 침식 유발 요소를 직간접적으로 제거해 지표 유출에 의한 사면 침식을 예방하거나, 해안 침식을 감소시키기 위한 구조물 설치나 하천 유로 변경, 주요 화석 이전 보존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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