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항운노동조합(항운노조)이 70여년 간 독점해온 제주항 화물 하역작업 체제에 변화가 올 전망이다. 제주항 하역작업에 복수노조 체제가 들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31일 제주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대법원 특별2부는 지난 27일 항만노조(제주도항만노동조합)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 근로자 공급사업 신규허가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70여년 넘게 지속해 온 제주항 하역작업 독점체계가 깨지게 됐다. 지금껏 제주항을 포함한 도내 각 항만의 근로공급 사업자는 1946년 설립된 항운노조가 유일했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 2019년 4월 항만노조의 ‘근로자 공급사업에 대한 신규허가 신청’을 불허 처분하면서 시작됐다. 항만노조는 그해 2월19일 설립됐다. 도는 당시 복수노조 설립 시 노무인력 공급 과잉으로 고용 불안이 우려되고 노조 간 경쟁으로 항만 물류작업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노무 공급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신규허가 불허 처분이 공익보다 항만노조의 사익을 지나치게 제한해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두 노조를 차별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항만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도 관계자는 “항만노조가 2019년 제주도에 낸 허가 신청이 유효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문을 받게 되면 30일 이내에 처리할 계획이다. 연내에 허가 처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화물 하역비용에 대한 경쟁과 물류 사업자와의 다층 교섭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병렬 항만노조 위원장은 “제주도는 섬 특성상 대부분의 물류가 배로 들어온다. 복수노조 체제가 되면 고용창출은 물론 하역비와 노임비를 줄일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물류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운노조에는 460여명이, 항만노조에는 6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