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희생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금 지급이 27일 결정됐다. 사진은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팽봉안실에 놓인 희생자들의 위패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금 지급이 처음으로 결정됐다. 제주4·3 사건 희생자 명예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몇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제주4·3위원회)는 27일 제주도청에서 보상금심의분과위원회의를 열고 4·3 희생자 300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번 보상금은 1차 지급 대상자 2117명 가운데 희생자 결정이 먼저 이뤄진 220명과 후유장애 생존 희생자 77명, 생존 수형인 3명 등이 대상이다. 후유장애는 1구간 13명, 2구간 41명, 3구간 23명이다. 보상액은 당시 사망·행방불명자는 9천만원, 후유장애 생존 희생자는 장해등급에 따라 5천만~9천만원, 생존 수형인은 수형(구금)일수에 따라 3천만~9천만원이 지급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12월까지 3차례 진행되는 보상금심의분과위 의결을 거쳐 1차 지급 대상자로 분류한 2117명 가운데 1천여명 정도에게 보상금을 연내 지급할 계획이다. 올해 보상금으로 배정된 1810억원 가운데 집행하지 못한 보상금은 2023~2026년도 예산에 반영한다.
제주4·3위원회가 지난 4월 의결한 보상금 지급 기준을 보면, 후유장애 희생자 보상금은 장해등급에 따라 1구간(장해등급 1~3급)은 9천만원, 2구간(장해등급 4~8급) 7500만원, 3구간(장해등급 9급 이하) 5천만원이다. 수형인 희생자는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 4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는 3천만원을 받는다.
앞서 보상금심의분과위는 지난 9월27일 생존 희생자 84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후유장애인에 대한 등급별 차등 지급 논란으로 보상금 지급 결정을 미룬 바 있다. 일부 위원들은 “후유장애 희생자의 경우 1구간과 3구간의 보상금 액수 차이가 커 4·3특별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제주4·3위원회는 올해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보상금 지급 신청을 받고 있으며, 2026년 12월까지 보상금이 지급된다. 제주4·3희생자는 지난 7월 기준 사망 1만494명, 행방불명 3654명, 후유장애 213명, 수형인 299명 등 모두 1만4660명이다.
정부의 4·3 희생자 보상금 지급은 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70여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이 벌어진 지 30여년 만이다. 김종민 분과위원장은 “마침내 4·3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돼 의의가 크다”며 “그러나 70여년 전 부상을 입은 후유장애 희생자들에게 (보상금 차등 지급을 위해) 등급을 매기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보상금 지급 결정은 명예회복 운동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앞으로 이뤄질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일어난 제주4·3으로 제주도 인구의 10%에 이르는 2만5천~3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독재정권 시절에는 진상규명 자체가 탄압을 받거나 금기시됐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이 전개돼 1999년 여야 합의로 제주4·3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됐고, 2003년 10월에는 과거사와 관련해 정부의 첫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공식 사과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4·3특별법을 개정해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보상금 1810억원은 올해 1월1일부터 지급하기 위해 배정됐지만, 지난 6월1일부터 보상금 신청이 시작되면서 예산 집행이 지연됐으나, 보상금이 계획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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