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윗세오름 일대에 자라는 붉은 구상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허호준 기자
20년 간 10그루 중 세 그루 꼴로 고사한 탓에 우려가 컸던 국내 구상나무 최대 군락지 한라산에 올해는 구상나무 열매 결실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2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라산 구상나무 한 그루당 평균 120.2개의 열매가 달렸다. 지난해엔 개화 시기인 봄철에 기온이 낮아 구상나무 열매는 거의 없었다.
한라산 영실과 성판악, 윗세오름, 왕관릉, 방애오름, 백록샘, 큰두레왓 등 7개 지점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 100그루가 조사 대상이었다. 병해충이나 환경적 요인 등으로 피해를 본 열매를 제외한 ‘건강한 열매’ 기준으로는 한 그루 당 달린 열매는 평균 91.8개다. 세계유산본부 쪽은 “개화기에 기온변화 등이 없어 수정이 양호하게 진행돼 결실량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라산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등산로에 자라는 검은구상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허호준 기자
지점별로는 왕관릉 일대의 구상나무에서 열매가 많았다. 한 그루 당 달린 열매는 평균 197.1개다. 다음으로 큰두레왓 일대(117.1개), 방애오름 일대(106.5개), 영실(75.6개), 백록샘(51.2개), 성판악(39.3개), 윗세오름(31.4개) 순이었다.
신창훈 한라산연구부장은 “기온 변화 등으로 점차 개체 수 및 서식 면적이 감소하는 구상나무의 보전을 위해선 열매 결실은 매우 중요하다. 열매 결실 주기와 특성을 밝히는 연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한 바 있는 우리나라 특산수종이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2019년 ‘제주도 자연자원 지리정보화 자료구축 사업’을 하면서 진행한 조사에서 20년간 한라산 구상나무 평균 고사율이 36.4%이라고 발표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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