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기념관에 내걸린 여순항쟁 74주년 기념전.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여수·순천 10·19사건’ 발생 74년 만에 정부 차원의 합동추념식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여순사건과 관련 있는 제주에서 제주와 여수 작가들이 모여 기획전을 연다.
탐라미술인협회(탐미협)는 여수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와 공동으로 18일부터 11월30일까지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2개의 기획전 형태로 전시회를 연다.
기획전시실 1관과 로비는 탐미협이 ‘여순1019: 불이행’이라는 제목으로 작가 2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불이행’이라는 제목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성산포경찰서장 문형순이 해군이 보낸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이 부당하다며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적고 돌려보내 집단학살을 막은 데서 따왔다. 탐미협은 국군 14연대 병사들이 1948년 10월 19일 “총부리를 동포에게 돌리지 말라”며 파병 명령을 거부한 것도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보았다.
탐미협 작가 강요배의 ‘산곡에서’ 제주4·3평화재단 제공
탐미협의 기획전은 제주 작가들이 제주인의 시선으로 여순을 바라보는 전시다. 고승욱 작가의 ‘불’은 높이와 너비 2m의 작품으로 작품 안에 비닐봉지들을 묶은 채 빽빽하게 채워져 있고, 돌출돼 세워진 부분이 한자 ‘불’(不)을 형상화했다. 이명복 작가는 너비 5.4m, 높이 2.2m 규모의 ‘광란의 기억-여순’을 통해 여순사건의 장면과 인물을 정교하게 묘사했다.
기획전시실 2관은 ‘여순 1019: 1948 여순에 핀 동백’을 주제로 여수 민미협 작가 9명의 작품이 내걸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사진과 영상, 신문, 잡지 보도 등을 통해 여순사건 자체를 알리는 데 비중을 둔다.
전시장 한쪽 벽면은 연도와 일시, 사건 요약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당시의 참혹함과 비애를 정민경·김금옥·정채역 작가 등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여수 민미협 작가 정채열의 ‘전야의 불바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탐미협은 “여순항쟁 74주년을 맞이하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1주년을 맞아 열리는 두 건의 전시는 4·3을 예술의 언어로 30여년 동안 창작활동을 해온 탐미협 소속 작가들의 작품과 여수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다양한 사진과 영상 자료 등으로 구성됐다. 해결 과제가 많은 ‘여순 10·19사건’은 아직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며 제주에서 더 많은 애정을 보여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소속 일부 병사들이 제주4·3 진압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킨 사건이다. 진압과정에서 민간인 1만여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9일 오전 10시 전남 광양시민광장 야외공연장에서 정부 주최 첫 합동추념식이 열린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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