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극단 자갈치의 ‘우리 이야기’ 놀이패 한라산 제공
제주4·3의 의미를 찾고 평화와 인권의 기차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평화인권마당극제가 열린다. 놀이패 한라산은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4·3평화공원 및 교육센터에서 ‘생명의 호흡, 평화의 몸짓’을 주제로 평화인권마당극제를 연다고 5일 밝혔다.
놀이패 한라산은 4·3의 상처를 치유하고 해원상생의 굿판을 제주를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로 만들기 위해 해마다 평화인권마당극제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가 열여섯 번째다.
7일 오후 6시30분 4·3평화공원에서 제주의 두루나눔이 ‘망자들의 귀환’ 개막굿을 선보이고, 이어 7시30분부터 놀이패 한라산의 ‘바람의 고향’이 여는 공연으로 마련된다. 바람의 고향은 4·3 때 동생을 떠나보낸 순희가 살기 위해 물질을 하며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바다로 가야만 하는 이유와 오랫동안 강요된 침묵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가해진 고문과 동생의 죽음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내용이다.
8일 오후 6시에는 4·3교육센터에서 부산의 극단 자갈치가 목욕서비스를 하는 공주와 병에 걸렸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미희 엄마, 동네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통장이 갈등을 극복한 끈끈한 우애를 다짐하는 내용이 담긴 ‘우리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이어 일본의 극단 달오름이 4·3평화공원에서 ‘치마저고리’를 공연한다. 일본의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학교에서 외톨이가 되는 학생의 이야기를 그렸다.
광주 극단 토박이의 ‘금희의 오월’ 놀이패 한라산 제공
9일에는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낭땡이로 확 쳐불구정하다’(나뭇가지로 확 때리고 싶다)와 광주 극단 토박이의 ‘금희의 오월’ 공연에 이어 제주 두루나눔이 폐막굿으로 ‘죽음을 넘어 평화의 바다로’를 공연한다. 금희의 오월은 1980년 5월 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도청을 사수하다 산화한 이정연 열사의 열흘간의 항쟁 모습과 그 가족, 동네 사람들이었던 대인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화시킨 작품이다.
마당극제 기간인 8일 오전 9시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백조일손지지에서는 ‘군벵놀이’가 있다. ‘군벵’은 난리에 죽어 저승을 못 가서 떠도는 하위 잡신을 의미하는 말로, 군벵놀이는 민초들의 죽은 원혼을 달래는 굿이다.
놀이패 한라산은 “마당극제는 4·3의 정신을 실천하고 예술과 마당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4·3의 예술적 승화를 통해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발돋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