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중 오픈카를 몰다 차량이 전복돼 여자 친구가 숨진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망사고’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재판장 이경훈)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ㄱ(35)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피해자에 대해 고의를 가지고 살해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는 죄질이 좋지 않고 유족에게 용서도 받지 못했다”며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ㄱ씨는 2019년 11월10일 새벽 1시께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서 0.118%의 만취 상태에서 오픈카인 머스탱 컨버터블을 시속 114㎞로 몰다 도로변의 연석과 경운기 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옆자리에 타고 있던 여자 친구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쳐 치료를 받다 이듬해 8월 숨졌다.
검찰은 ㄱ씨가 여자 친구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실을 알고 과속운전을 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사고원인이 된 전복 등 큰 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범행을 저지를만한 동기는 부족해 보인다”며 음주운전에 따른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그 뒤 특가법(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은 ‘살인’을, 변호인은 ‘사고’를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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