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긴가지 해송과 밤수지맨드라미. 녹색연합 제공
제주 서귀포항 주변에 건설 중인 제주 해양레저관광거점 사업지구에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산호가 발견됐다.
제주도는 이달 초 서귀포항 동쪽 해양레저관광거점 사업지구 내 바닷속에서 천연기념물인 긴가지 해송과 법정 보호종인 밤수지맨드라미가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도는 현재 건설 중인 사업지구 내 해양레저체험센터 쪽으로 파도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서귀포항 동방파제 일부 구간에 파제제(소규모 방파제) 조성을 위해 기존의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를 들어내는 과정에서 테트라포드에 붙어있는 산호를 발견했다.
이들 산호는 서귀포시 문섬 주변에 서식하며, 문섬 인근 방파제 등에서 발견됐으나 이번 사업지구 내에서는 처음 발견됐다.
도는 발견된 산호들의 분포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분포범위가 넓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사업지구 내 천연기념물과 법정보호종 산호 발견 사실을 최근 문화재청에 통보하고, 산호들을 이식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협의하고 있다.
서귀포항 앞 문섬 일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러 종류의 산호가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2020년 제주 연안에 국내 산호충류 160종 가운데 125종이 서식하며, 문섬과 범섬 일대는 세계 연산호 서식지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는 문섬 일대에 산호 군락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어 조류를 타고 사업지구로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공사 예정구간에 대해 공사에 앞서 생물상을 조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테트라포드에 붙어있는 것이 발견됐다”며 “문화재청의 허가가 나면 산호를 이식하겠다. 현재 레미콘, 철근 등의 공급난으로 공사가 지연되는데 공사 재개 시점에 맞춰 산호 이식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해양레저관광거점사업은 2018년 해양수산부의 ‘해중경관지구 및 시범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되고 있다. 도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사업비 400억원을 들여 서핑과 다이빙 교육 등이 가능한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사업지구 내 해양레저체험센터는 지상 4층, 건축면적 2472.53㎡ 규모로 조성되며, 편의시설과 기획전시실, 실내 서핑 체험 교육장, 스킨 스쿠버 다이빙장 및 관람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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