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새연교 옆 해녀의집 식당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에 쑥대밭이 됐다. 허호준 기자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새연교에는 공무원과 주민들이 동원돼 도로와 주차장 정리에 한창이었다.
천지연폭포에서 새연교 주차장으로 가는 도로변 가로수인 키 큰 와싱토니아 야자나무의 부러진 가지나 껍질이 도로에 흩날리고 있었다. 새연교의 넓은 주자창에는 지난 밤중에 높은 파도에 떠밀려온 바닷속 돌들이 있었고, 바로 옆 해녀들이 운영하는 해녀의 집은 폭탄을 맞은 듯 완전히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
해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쑥대밭이 된 틈에 앉아 어디부터 치워야 할지 막막한 모습이었다. 강명순 서귀동어촌계 해녀회장은 <한겨레>와 만나 “1988년부터 해녀의집을 운영한 이래 이런 피해는 처음이다. 태풍 매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완전히 쑥대밭이 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녀의집 내부는 냉장고, 식탁, 의자, 문틀 등 모든 것이 엉클어져 있었고, 창문을 막았던 합판은 나뒹굴고, 냉장고도 문짝이 뜯겨 나가 있었다. 해녀들이 새벽부터 나와 파도에 쓸려져 나간 가게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해양기상관측장비에서 관측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날 서귀포 지역에 몰아닥친 파도 높이는 지난 2015년 11월1일 이 장비가 설치된 이후 가장 높은 파고인 최고 21m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힌남노가 제주섬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제주도내 곳곳에서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지난 2일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1184.5㎜의 큰비가 쏟아졌다. 제주시내에는 243.0㎜, 서귀포 297.1㎜, 고산 308.6㎜, 성산포 261.3㎜의 비가 내렸다.
서귀포시 공무원과 주민들이 천지연에서 새연교에 이르는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5일 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는 폭우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해안가 주택에 물이 차올라 2명이 고립됐고, 제주시 노형동 노형중학교에서는 강풍을 이기지 못한 운동장 시설물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대규모 정전도 발생했다. 지나 5일 오후 7시17분 제주시 인화동 150가구가 정전된 것을 시작으로 6일 새벽까지 1만8053가구가 정전됐다. 한전은 6일 오전 11시35분에 응급복구를 끝냈다.
제주도내 농작물과 양식장 등의 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대정읍 마늘밭과 제주시 구좌읍 등의 당근과 무 파종지에도 염분과 침수 피해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
이와 함께 이날 새벽 제주시 한경면의 한 양식장에서는 정전으로 양식장 내 수조에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넙치 등 10여t이 폐사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4일부터 6일 새벽까지 모두 326건의 긴급 구조활동을 벌였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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