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덤프트럭들 가게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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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을 매장 앞에 세워둔 것은 태풍을 막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피자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태풍이 몰아칠 때 강한 비바람이 매장 전면 유리창으로 몰아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25t 이상 되는 트럭이 매장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까 바람이나 비를 막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 가게 주인은 “성산포 지역은 바람이 많은 지역인데 이런 트럭을 세워두면 대형 유리창이 깨질 걱정은 하지 않게 된다”며 웃었다.
피자 매장이 덤프트럭을 태풍 대비용으로 고안해 낸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 내습 때 매장 내에 빗물이 들어와 가게가 엉망이 되고 대형 유리창이 깨질까 봐 전전긍긍하다 생각해낸 것이 가게 앞에 대형차를 세워두는 것이었다.
가게 주인은 “당시 200만~300만원이나 되는 대형 유리창이 깨질까 봐 밤새 빗물을 치우며 걱정한 끝에 처음에는 아는 사람을 통해 부탁해 폐지 수거차량을 갖다놓았다”며 “생각해보니 덤프트럭이 효과가 좋을 것 같아 그다음부터는 태풍 때마다 아는 기사한테 부탁해 덤프트럭을 세워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남의 재산을 함부로 쓸 수도 없고 해서 기사한테 작은 성의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매장을 시작으로 2~3년 전부터 성산읍 내에는 태풍 때 지인들을 통해 덤프트럭을 빌려 매장 앞에 세워두는 곳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태풍 때가 되면 덤프트럭 품귀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이다.
점주는 “태풍 때가 되면 빨리 예약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성산읍 내 덤프트럭이 동나 예약도 안 된다”며 “소상공인들은 돈이 별로 없다. 중기협회 등과 사전에 협조해 태풍이 몰려올 때면 매장 앞에 덤프트럭을 세워둘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서로 돕고 좋은 이미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난 2019년에는 태풍 링링이 내습했을 때 경기 시흥시 신천동 화훼단지를 보호하기 위해 덤프트럭들이 비닐하우스 주변을 에워싸 피해를 막아낸 바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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