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밤 제주도 서귀포항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힌남노는 6일 0시께 제주도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직접 영향권에 접어든 제주 지역은 5일 오후부터 많은 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전날부터 항로별 부분 통제에 들어갔던 여객선 운항도 이날부터 전면 중단되면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끊겼다. 경남 창원 등지에서는 산사태를 대비해 주민 대피명령도 내려졌다.
지난 2일부터 계속 비가 내린 제주도에선 5일 밤 12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1028.5㎜, 진달래밭 883.0㎜의 폭우가 쏟아졌고 성판악에도 583㎜ 등의 비가 내렸다. 서귀포시(295.9㎜)와 성산(256.7㎜), 제주시내에도 239.8㎜의 많은 비가 내렸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5일 오후 2시 이후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모든 항공편이 결항됐다고 밝혔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11개 항로 17척의 선박 운항도 이날 오전부터 전면 중단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4일부터 이날 밤 11시까지 도로와 주택 침수, 넘어진 전신주와 가로수 처리 등 134건의 긴급 구조활동을 벌였다. 추석을 앞두고 마지막 장이 선 제주시 구좌읍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추석 대목인데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전면 폐장했다.
대규모 정전도 일어났다. 이날 오후 7시17분께 제주시 인화동 150가구를 시작으로 이날 밤 11시까지 제주도 전체적으로 2600여가구가 정전돼 한전이 복구 중이다.
이날 오후 10시 이후 14개 노선의 심야버스 운행도 임시 중단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82곳이 원격수업을 진행했고, 28곳은 휴업했다고 밝혔다.
경남에선 산사태, 하천 범람, 수몰 등에 대비해 이날 밤 11시 기준 주민 2천여명이 긴급대피했다. 6일 0시부터 마창대교,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로도 통제됐다. 앞서 경남 남해군과 하동군을 잇는 남해대교는 5일 오후 1시부터 전면통제됐다. 노량대교, 창선대교, 신거제대교, 동진교 등 경남의 다른 해상 교량도 풍속이 초속 25m를 넘어가는 시점부터 차례로 통제에 들어갔다. 산청군 동의보감촌 외곽순환도로 등 일부 도로도 이날 오후부터 통제됐다. 경남 모든 학교와 어린이집은 6일 휴업하거나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부산시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동구 131명, 남구 67명, 사하구 33명, 해운대구 1명 등 피해 우려 지역 주민 232명을 근처 시설로 대피시켰다. 광안대교·남항대교·부산항대교 등 도심 7개 해상 교량의 통행도 초속 20m 이상 바람이 부는 시점부터 출입이 금지된다. 부산경찰청은 침수가 우려되는 세병교 등 하부도로와 지하차도 역시 강수량과 태풍 진행에 맞춰 전면 통제할 방침이다. 부산교통공사는 태풍이 근접하는 6일 새벽 첫차부터 상황이 해제될 때까지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 구간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해경전철도 6일 오전 5시 첫차부터 오후 2시까지 운행중지된다. 코레일은 부산 부전역과 울산 태화강역을 오가는 광역철도인 동해선의 운행을 5일 밤 10시20분부터 중단했다. 경북 상주시도 산사태 우려 지역 주민 1명을 대피시켰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날 태풍에 대비해 고리원전 2·3·4호기 발전기 출력을 감소해 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리원자력본부는 태풍이 부산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5일부터 태풍의 진로와 강도에 따른 단계별 조처 방안을 수립해 대응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전날 밤 11시부터 고리원전 3호기를 시작으로 4호기, 2호기를 순차적으로 출력을 30% 이하로 낮춰 운전했다.
허호준 최상원 김영동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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